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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0년 8월 29일]
 [로컬세계]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축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국의 축제는 1995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는 앞다퉈 축제를 양산했다. 양적으로 성장한 축제는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수반됐고, 규모도 지역의 작은 행사에서 점차 국제적이고 거대한 박람회로 발전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박람회는 근대 문화의 산물이다. 19세기 중엽 유럽에서 시작돼 북미 대륙과 일본으로 확산됐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암울한 시기에도 박람회가 태동했고, 시작됐다. 한국 근대사 속에서 시작된 한국 박람회의 역사를 지나치지 않고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가 끝나는 때까지 이 땅에서 개최된 주요 박람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한 ‘한국의 근대박람회’(커뮤니케이션북스)가 출간됐다. 근대박람회의 기본 사료도 부족하고 공식보고서도 없는 상황에서 저자 이각규씨는 당시 발간된 신문과 잡지기사를 바탕으로 해외, 특히 일본에 남아 있는 자료를 수집하며 방대한 저술을 완성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근대박람회의 역사와 진실을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된다.
축제와 마찬가지로 모든 박람회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전략적인 기획력과 풍부한 실무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각규씨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한 축을 이루는 근대박람회의 기획부터 각 박람회가 낳은 성과까지, 배치도와 홍보물, 전시관 등의 풍부한 사진 자료와 근대박람회 면면을 알 수 있는 신문기사까지 모두 담았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개최된 박람회의 실무 사례가 오늘날 박람회 관련 전문가들에게 알려 주는 지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크게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근대박람회 경험과 세계박람회 참가’는 외국박람회 관람과 박람회를 통한 조선의 개화, 최초로 참가한 1893년 시카고세계박람회, 대한제국의 1900년 파리세계박람회 참가를, 2장 ‘대한제국의 박람회와 일본박람회의 조선인 전시’에는 대한제국의 박람회 제도 정비와 박람회 개최 추진, 일본박람회의 조선인 전시, 우리나라 최초의 박람회인 1906년 부산일한상품박람회와 서울에서 개최된 대형 박람회인 1907년 경성박람회를 소개했다. 3장 ‘일제강점기 일본박람회 참가와 조선에서의 박람회 개최’는 일제강점기의 일본박람회 참가, 군소박람회 시대, 소비를 자극한 각종 박람회와 공진회, 기생의 등장과 조선의 일본 기생을, 4장 ‘식민 통치를 과시한 시정 5년 기념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는 개최 의도, 개최 취지 및 운영 조직, 남녀 간수(운영도우미) 채용과 개최 준비, 관람객의 동원, 회장 배치와 전시 시설, 각종 행사 프로그램, 공진회장 풍경, 공진회와 기생, 조선총독부박물관, 소설 속의 공진회와 지식인들의 평가를 담았다. 5장 ‘경제불황 속에 개최된 시정 20주년 기념 1929년 조선박람회’에는 개최 취지와 목적, 조선총독부의 기획과 준비, 관람객 동원과 관광사업, 박람회의 유혹, 회장조성과 전시 시설, 각종 행사 프로그램, 도시화된 경성 풍경, 조선박람회의 경제적 영향, 조선박람회의 평가를, 6장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의 선전장 1940년 조선대박람회’는 개최 배경, 개최 목적과 전략, 박람회 준비, 박람회의 선전과 관람객 동원, 박람회장 배치와 출품물, 전시관과 부대시설, 각종 행사 프로그램, 박람회를 통한 황국신민화, 조선대박람회의 평가를 소개했다. 마지막 7장 ‘한국근대박람회의 시기적 흐름과 성격’은 시기별로 19세기의 주요 국가 정책이었던 세계박람회, 조선 말기의 박람회, 대한 제국 시기의 박람회, 일제강점기의 박람회를 소개했다.
2012년 5월에 여수에서 개최되는 여수세계박람회도 2년이 채 안 남았다.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선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조선인의 사고와 생활양식에 엄청난 영향을 준 근대박람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의 근대박람회 개최와 이벤트 전략은 현대 박람회 전략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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